'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
-사찰 속 흔하고 오래된 것들의 놀라운 역사

[문학뉴스=백성원 기자] 누군가는 전국 곳곳에 자리한 사찰을 ‘숲속의 박물관’이라 칭한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불상과 불화, 전각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집에 자리한 보물이 단지 그뿐이랴.

사찰 속 흔하고 오래된 것들의 놀라운 역사를 깊이 있는 통찰로 다룬 노승대의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불광출판사)가 나왔다.

저자는 우리가 ‘문득’ 찾은 사찰에서 ‘으레’ 지나쳤던 것들, 이를테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절 마당의 돌기둥이나 단순한 장식으로 보이는 지붕 위의 오리 조각, 불상 앞에 놓인 탁자는 물론 절집의 일상을 보조하는 계단, 석축등을 우리 역사 속의 보물이라고 역설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들 하나하나에 거대한 역사적 맥락과 상징적 의미, 옛 조상들의 지혜와 염원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절집에 숨어 살던 신기하고도 의외인 존재와 그 역사·문화를 조명하며 절집의 또 다른 모습을 소개해 온 저자는 전작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사찰 속 숨은 조연들>에 이어 절집의 숨은 보물찾기, 그 ‘마지막 라운드’를 이 책에서 펼쳐보인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암벽 위에 새기고, 바위를 다듬어 조성한 사찰의 석조물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사찰 속 의외의 보물에 대해 다룬다. 1부에서는 어느 사찰에서든 만날 수 있어서 관심 가지 않았던 보물로 마애불, 석탑, 석등, 승탑, 그리고 그 용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노주석과 당간지주를 다룬다. 다음 2부에서는 일상적이거나 사소해 보이는 것들로서 수미단과 탁자, 계단과 석축, 절집의 화장실인 해우소, 그리고 전각 지붕의 백자연봉과 청자 기와, 처마 밑에 숨겨진 항아리, 용마루에 앉아 있는 오리 등의 사연을 다룬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사찰이나 불교 유적을 다니며 떠오른 질문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한다. 가령,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에 마애불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지점에 한반도의 전통 신앙과 불교 신앙이 융합된 단서가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마애불은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기도처로 쓰인 곳에 조성된 경우가 많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경주 남산이다. ‘마애불’을 다룬 첫 장에서 “마애불이 있는 곳에서는 불교 이전의 역사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은 이러한 맥락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흔하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담긴 역사적 범위는 생각보다 깊고 거대하다. 이 책에 다루어지는 스무 가지 것의 ‘역사’는 대부분 시간적으로 우리 땅에 불교가 전해지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공간적으로는 우리 땅만이 아닌 가깝게는 일본, 멀게는 인도에까지 그 범위가 미친다.

이 책은 또 권말 두 파트에 걸쳐 이야기되는 ‘절집의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관한 사연’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즐겁다. 한 예로 공주 갑사를 둘러본 이들이라면 보장각 용마루에 자리한 오리 조각을 발견한 경우. 그 사연인즉 대부분 목조 건물인 사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화마를 피하기 위해 사찰 곳곳에 ‘물’의 상징을 두었다는 것이다. 갑사 보장각 용마루의 오리 조각도 같은 맥락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의미의 상징물이 절마다 달라서 오리 말고도 여러 형태로 사찰 곳곳에 숨어 있는 ‘보물찾기’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