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남미리 기자] 2015년 쉰셋의 나이에 등단한 박노식 시인은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을 ‘달아실기획시집 33’으로 출간했다. 박 시인은 이번 시화집 발간 기념으로 '꽃말시'를 김상연 화가가 그림으로 풀어낸 시화전을 오는 5월 2일 광주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갖는다. 출판기념회도 함께 열린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시집을 5권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을 미루어보아 상당히 부지런한 시인임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왕성한 시 창작의 원동력에 대해 “세상과 싸우기 위해
[김미옥의 종횡무진] 시인의 탄생 16 세기 사형집행인의 50년 일기를 읽은 적이 있다.처음 그의 노트는 숫자와 사건의 기록이었다.그의 글에서 사유가 묻어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작가의 탄생’을 보았다.오랜 기간 글을 쓰던 그가 어느 날 왕에게 편지를 썼다. 세습의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명문으로 회자되는 진정서가 되었다.그를 백정에서 양민으로 면천시킨 것은 문장의힘이었다. 나는 작가는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번민하고 고통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수많은 밤이 있었을 것이다.어느 날 글은 임계점을 넘으며
[조용호의 문학공간] '지금까지도 그 유습이 남아 있지만, 시집은 대개 자비 출판하여, 아는 사람들끼리 나눠 보고, 성대한 그러나 의례적인 출판 기념회를 갖는 회로 속에 갇혀 있었는데, 민음사의 기획은 그 회로를 과감하게 깨뜨린 문학적 사건이다. 그 이후 창비 시선, 문지 시선 등이 발간되어, 시의 유통 회로의 수정을 도왔다.'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한국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시의 시대'를 맞게 된 계기를 두고 '문학적 사건'이라고 평했다. 민음사의 '오늘의 시인총서' 시리즈 발간(1974년)과 대중적 호응은
[문학뉴스=이성봉 기자]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순효, '이하 운영위원장')는 ‘제3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수상자로 춘천여자고등학교 2학년 정지우(수상작 ‘럭키 걸 신드롬’ 등 3편) 학생을 지난 15일 최종 확정했다. 시상식은 김희준 시인의 4주기인 오는 7월 24일 통영RCE 세자트라숲 김희준 시비 앞에서 할 예정이고 상금은 200만 원을 수여한다. 이 문학상은 한국 현대시를 천부적 직관과 감각으로 구현한 김희준 시인의 문학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전국고등학교 재학생과 해당 연령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봉옥 웹툰시집 『달리지마』 출판기념 ‘북토크’가 지난 13일 오후 성남서현문화의집에서 열렸다.이날 강당에는 웹툰시집이 국내 최초로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성남 지역 작가들과 시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어 순식간에 자리를 메웠다.이날 북토크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영옥 씨의 질의와 저자인 오봉옥 시인의 답변 형식으로 진행됐다. 문) 국내 최초로 웹툰시집을 e북과 종이책으로 동시에 출간하셨는데 간단히 소감부터 듣고 북토크를 시작하겠습니다답) 작가는 죽을 때까지 현역입니다. 현역인 이상 죽을 때까지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스스로를
[문학뉴스=강현 기자] 제21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곽효환 시인(57)의 시집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2023년·문학과지성사)이 선정됐다.전남 강진군과 동아일보가 주관한 영랑시문학상 심사위원단(김종해, 나희덕, 이현승 시인)은 최종 후보작 5건 가운데 곽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수상작은 ‘북방의 시인’이라 불리는 곽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조선인으로 처음 연해주에 정착한 최운보, 시베리아에서 활동했던 항일운동가 김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등 역사 속에 묻힌 인물들을 다루며 노래했다심사위원들
[문학뉴스=남미리 기자]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이하 함께걷는아이들)은 올해 10회를 맞은 올키즈스터디 창작동시대회 ‘있다! 없다?’에 참여할 창작 동시 작품을 5월 31일까지 접수한다.올키즈스터디 창작동시대회 ‘있다! 없다?’는 어린이가 자유롭게 시어를 정하고 자기 이야기를 동시로 표현하는 초등 연령 어린이를 위한 대회다. 함께걷는아이들이 주최하고 한국증권금융 꿈나눔재단이 후원한다.올해는 ‘미래에는 ( )가 있다! 없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괄호에 들어갈 글감을 생각하고 동시로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대회 홈페이지에서 무료
[문학뉴스=백승 기자] 반세기 가까이 한국 현대 시집의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한 문학과 지성 시인선.문학과 지성이 600호 시인선을 기념해 지난 500번대 시집의 뒤표지에 담긴 글들을 묶어 펴냈다.문학과지성 시인선으로 선보여온 600권의 시집들은 특정 출판사의 시적 이력을 넘어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 시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는 바로 이같은 고유한 특징의 글을 모아 독자들을 또 다른 시의 지평으로 이끈다.시집 뒤표지의 글은 시집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다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글’이
[문학뉴스=강현 기자] 올해 제26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황인찬(36)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로 지난해 문학동네에서 발간했다.천상병시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고형렬 시인)는 지난해 1월부터 올 2월까지 출간된 시집 중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시인을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황인찬 시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심사위원회는 수상 시집에 대해 “‘은유를 쓰지 않는 시’라는 고유의 시작법으로 일상적 제재를 단순하고 반복적이되 독특한 내적 형식을 획득한 탈서정시의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고
[말말말] 송종원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 문학평론가) 창비시선이 출간된 지 49년이 지났고, 그사이 500권에 이르는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숫자의 규모가 어떤 인상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오랜 시간의 의미가 온전히 파악되기를 기대하기란 당연히 어렵다. 한권의 시집이 담아낸 고유의 시간은 시인 한 사람의 시간을 초과한다. 시의 언어에는 시인 육체의 생물학적 시간을 넘어선 무언가가 들어 있는데, 창비에서 발간된 시집이라면 그것을 이 땅의 역사라고 말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때 역사는 연대기적 시간과는 거리가 있
[문학뉴스=강현 기자] 올해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으로 이재무 시인(66)의 시 ‘3월’이 선정됐다.정지용문학상을 주관하는 ‘지용회’는 제36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으로 '생명의 소생을 노래한' 이재무 시인의 시 '3월'을 선정했다고 2일 발표했다.수상작은 봄의 풍경과 정취를 노래한 짤막한 시로 서정적이며 압축적인 은유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못자리 볍씨들 파랗게 눈뜨리 / 풀풀 흙먼지 날리고 / 돌멩이처럼 순식간에 날아든 / 꽁지 짧은 새 / 숲 흔들어 연초록 파문 일으키리 / 이마에 뿔 솟는 아이 / 간지러워 이마 문지르리" (
[말말말]장석주 (작가ㆍ문학평론가) 시집에 부쳐시집 『꿈속에서 우는 사람』에 깔린 주조음은 광장의 브라스밴드가 쿵짝쿵짝 흥겹게 연주하는 악기 소리다. 모란과 작약의 꽃이 피고, 민어가 올라오는 계절이 돌아오고, 여름방학을 맞은 소년들은 어디론가 달려간다. 젊은 어머니는 어두운 방에서 출산하느라 비명을 지르고, 소년은 언덕에서 먼 나라로 이민 간 친구를 그리워한다. 먼 곳을 향한 동경, 소년들의 선행, 새벽에 도착한 두부를 먹는 기쁨, 눈썹을 가늘게 그린 딸들이 꿈속에서 꿈을 꾸듯이 사는 모습, 하이네켄 맥주를 마시던 시절의 회고가
[조용호의 문학공간] 그것이 失手(실수)였다./ 볼은 달아오르지 않아야 했다./ 돌에서 살아나는 숨결,/ 그것이 失手였다./ 돌은 돌의 푼수를 지켜야 한다./ 돌에서 살아나는 핏줄/ 그것이 失手였다./ 돌은 돌로서 굳어져야 한다./ 그것이 失手였다./ 눈에는 커틴을 쳐야한다./ 울리는 天上(천상)의 旋律(선율)./ 귀는 絶壁(절벽)으로 막혀야 한다./ 울렁이는 세계./ 이제는 내 안에 내가 앉아야 한다/ 이제는 늙어야 한다.시인은 자꾸만 '그것이 실수였다'고 되뇌인다. 가슴은 식어서 돌이 된 지 오래인데 피가 빠르게 돌고 숨결이 가
[문학뉴스=강현 기자] 지난 2009년부터 통권 57호를 발행해 온 시 전문 계간지 이 오는 4월 창간호를 발행한다고 26일 밝혔다.(발행인 문정영 시인)은 초대 주간에 시집 8권을 내고, 시집 로 전미번역상 등을 수상해 세계적 시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김이듬 시인이 맡았다.'언어를 통해 다다르는 새로운 세계'를 슬로건으로 4월 창간호를 발행하는 은 초대 편집장에는 최병호 시인, 편집위원에 강재남, 강주, 김소희(미국), 이령, 조세핀, 유금란 시인(호주)을 선임됐다
[문학뉴스=이성봉 기자} 시와 시조를 넘나들며 다양한 미적 재능을 뽐내고 있는 장욱 시인의 제4회 시산맥창작기금 공모당선시집 “태양의 눈 기억함을 던져라” (달을 쏘다, 2024.3.15. 펴냄)가 지난 15일 발간되었다.문학평론가 오민석(문학평론가 · 단국대 명예교수)은 “이 시집은 깨고, 흔들고, 부딪히고, 부서지고, 뚫어내는 움직임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마치 폭발의 에너지로 들끓고 있는 마그마 같다. 언제든 지상으로 치고 올라올 준비가 되어 있는 지구의 붉은 심장처럼 장욱 시인의 일상은 그 자체로 머물러 있지 않다. 그것은 그
[문학뉴스=강현 기자]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이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는다.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스쿨에서 열린 '2023 NBCC 어워즈'에서 ‘날개 환상통’의 영어판 '팬텀 페인 윙즈'를 시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비평가협회는 이 시집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동시대 작가가 새의 언어를 전달한 빼어난 시집"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날개 환상통'은 김혜순 시인의 등단 40주년인 2019년 출간돼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문학뉴스=남미리 기자]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발행인‧주간: 배재경)은 오는 30일 ‘제16회 사이펀 시문학 토크 및 시집낭독회ㅡ대구의 시인을 만나다’ 행사를 대구 정호승문학관(수성구 들안로 403-1)에서 갖는다.부산에서 발행하는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이 지역을 순회하며 열고 있는 문학토크는 시집읽기 프로그램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을 조명하고 전국의 문학인과 독자들이 교류를 나누는 행사다.이날 행사에는 최근 시집 『물속에 두고 온 귀』를 발간한 박상봉 시인과 『댄싱 붓다들』을 펴낸 김현옥 시인을 초청해 시낭송과 작품세
[문학뉴스=강현 기자]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99번째로 이장욱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음악집』이 최근 출간됐다. 문학사적인 600번째 시인선 발간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이장욱 시집은 앞서 『정오의 희망곡』(2006)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2016)의 표지를 장식한 이제하 작가의 캐리커처가 아닌 시인의 자화상이 들어가 있어 각별함을 더한다.작품 해설 대신 들어간 각 시편에 관한 시인의 ‘후기’는 시인의 단상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시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던져준다. 일상에서 외롭지 않은 순간을 ‘낯설다’
분초를 다투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연 문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문학을 향한 열정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궁금해지게 된다.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만의 걸음으로 꾸준히 문학을 향해 나아가는 뚜벅뚜벅 문학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문학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충주댐 수몰 지역에서 태어나 가난 속에서 자란 김문영 시인은 뜨거운 청춘을 시대의 거센 물결 속에서 몸부림쳤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말말말]김기택 (시인) 시는 일과 밥에 붙들려 꽃 지는 줄도 모르는 나에게 다른 세계로 향하는 출구를 열어주었다. 시적 상상에 빠져 있는 동안은, 이 세상이 이 세상 같지 않았다.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있었고 막힌 것이 뚫리는 경험이 있었다. 차츰 이중생활에 익숙해져서 수시로 현실 공간에서 상상 공간으로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물론 내가 상상 공간에서 숨 좀 쉬었다고 삶의 조건이 조금이라도 바뀌는 건 아니다. 현실에서 나는 여전히 돈과 일과 힘 있는 손이 쥐고 흔드는 대로 휘둘렸으며, 순하게 눈을 멀뚱멀뚱 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