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철의 서해랑길 6]해가 서쪽 하늘에서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늦은 오후,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둑방길을 돌아서니 목적지 청계마을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번잡했던 목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전개되었다. 파란 하늘, 푸른 들판 그리고 연녹색으로 물들어 가는 산. 여행의 피곤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그네 여행 감성에 젖어 들었다. 목포에서는 목적이 있는 탐방객 기분이었는데, 비로소 자유로운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노랗게 핀 유채꽃 길을 따라 흥얼흥얼 흥겹게 청계면 소재지에 도착했다. 바로 숙소를 정하고 인근에 있
[문용주의 생활 명상 29] 여행을 가기 위해 차를 타면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운전을 하지 않으면 조수석에 앉는다. 앞에 앉으면 갈 길의 앞과 주변 전체를 볼 수 있다. 앞의 경치는 물론이고 지나치기 쉬운 좌우까지 함께 본다. 동시에 현재 여기는 어디이며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면서 간다. 자칫 잘못 들어서면 즉시 바꾸어 제 길로 다시 간다. 빠를 것 같으면 느리게, 느릴 것 같으면 빠르게 갈 수 있도록 조정 또한 할 수 있다. 물론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는 운전자 옆에서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사람들과 함께 등산을 하
[서원익의 야구 이야기 16]롯데는 2018년부터 6년 연속 5강에 들지 못해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 7번 연속 진출 기록을 가진 김태형을 영입해서 상위권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4연패를 하며 꼴찌를 거듭하고 있다가 KT가 내려오면서 4월 21일 겨우 꼴찌 탈출에 성공하였다.롯데는 작년에는 7위였는데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후 오히려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 초반이긴 하다. 백인천이 LG 감독을 맡았을 때도 꼴찌에서 출발해서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 전력이 있다. 롯데
[윤한철의 서해랑길 5]영산강 하구언댐, 삼호대교를 넘어 목포로 들어왔다. 길고 긴 왕복 6차선 대로에는 차들이 무서운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다리 남단 대불공단 그리고 진도와 해남으로 왔다 가는 차들일 것이다. 차들이 내는 굉음은 댐 콘크리트 매끈한 경사면에 증폭되어 귀가 아플 정도로 끔찍했다.다리를 건너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호텔로 들어갔다. 시간은 오후 5시 30분, 10시간 넘게 걸었고, 거리는 서해랑길 안내 맵을 보니 40km가 넘었다. 중간지점에서 쉴 생각이었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목포까지 넘어오게 되었다.
[어바리의 말본새 19]4월이라 완연한 봄 날씨다. 오락가락하던 봄비가 그치면서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마침 점심을 삼청동길 근처에서 먹게 되었던 터라 청와대 앞길 쪽으로 걸었다. 미리 작정하거나 특별한 지향은 없었다. 다만 청와대가 대통령 관저일 때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길이었던지라 이미 오래전에 개방도 되고 하였으니 이왕이면 한번 가보자는 생각도 있었다.청와대 관람이 인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일삼아 구경할 일까지는 아니다 싶어 아직 청와대 경내는 가보지 못했다. 지나가면서 보니 구경하는 날이 아닌지 청와대로 들어가는 사
[서원익의 야구 이야기 15]삼성 강민호가 4월 12일 NC와의 경기에서 8회 말 2사 1, 2루에서 중전안타를 때렸다. 통산 19번째 개인 2,000안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강민호의 2,000안타가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포수이기 때문이다. 앞에 2,000안타를 달성한 주인공 18명의 포지션을 보면 대부분 외야수나 1루수이다. 다른 포지션은 3루수 정성훈, 최정, 황재균이 있을 뿐이다.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포수는 다른 수비수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다. 앉아서 공만 받는 것이 아니라 투수 볼 배합도 신경 써야 하고 주자가 1루에
[문용주의 생활 명상 28]매주 한 번 분리수거를 한다. 작은 아파트라도 쓰레기가 5톤 트럭으로 가득 찰 정도로 많다. 음식 쓰레기는 수시로 버린다. 양은 적으나 횟수가 많아 누적되는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으나 그 또한 만만치 않다. 먹고 마셔 소화된 개인 음식 찌꺼기 역시 화장실에서 매일 여러 번에 걸쳐 비운다. 집에서 나와 들르는 전철역 기차역 고속버스 휴게소 사무실 시장 병원 등에 있는 화장실을 활용하여 수시로 비우고 배설한다. 모두 생활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매일 먹고 쓰고 배설하고 치우는 것은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윤한철의 서해랑길 4]‘예락리, 이젠 해남 복 터진 마을입니다.’쉼터 옆 바닷가에 안내판이 서 있었다. 예락마을은 예사 마을이 아니었다. 전남에서 가장 먼저 천주교가 뿌리내린 교우촌이고, 최근에는 세발나물, 토판염, 묵은지 등 3가지 보물로써, 또 천혜의 자연과 풍부한 농업자원으로 '복 터진 마을'이 되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직접 마을을 둘러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아쉬움을 바닷가 쉼터에서 그 여운이나마 느끼는 것으로 대신했다.다시 서해랑길을 만나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 속 길을 걷는데 갑자기 붉은 벽돌의 보도블록까지 깔린 널찍한
[윤한철의 서해랑길 3]우수영의 아침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개 짖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명색이 부두가 있고, 길 이름마저 ‘강강술래길’이라는 안내판에다 정겨운 이름의 카페도 있었는데… 면 소재지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은 산업화 전 6~70년대 거리를 재현한 세트장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꼭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길모퉁이에서 '법정스님마을도서관'을 만났다. 법정 스님이 이곳 우수영 출신이었다. 작은 돌 언덕 위에 명량대첩비가 세워져 있었다. 그 옆에 강강술래 마당이 널찍하게 조성돼 있고,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어바리의 말본새 18]가히 유튜브 세상이라고 할 만하다. 휴대전화에서도 손가락이 많이 움직이는 쪽에 유튜브 앱이 깔려 있고, 컴퓨터 바탕화면에서도 쉽게 유튜브와 연결된다. 좌우(左右)가 난립하여 서로 핏대를 세우는 극단의 정파적 유튜브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온통 세상이 유튜브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좋을 성싶다.유튜브 중에서 황창연 신부(神父)의 ‘행복 특강’도 자주 만나는 채널이다. 일부러 찾아 들어가서 미주알고주알 호구조사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유튜브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맞닥뜨리면 거의 빼놓지 않
[문학뉴스=강현 기자] 지난해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의 첫번째 단행본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달출판사)가 출간됐다.장애인으로, 마사지사로서, 딸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저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불꽃을 피우고 불씨를 간직하고 있음을 글로써 보여주고 있다.열다섯, 시력을 잃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듯 문학에 탐닉해왔고 속깊은 문장들은 그의 팍팍한 삶을 감성이 가득한 에세이스트로 승화시키고
[말말말] 최성현 (작가) 테톤 수족 인디언 추장 ‘서 있는 곰’은 말했다. “세상은 거대한 도서관이다.” 맞다. 세상은 크나큰 도서관이자, 나아가 한 권의 거대한 경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흔히 성경이나 불경이나 사서삼경 따위를 최고의 책인 줄 아는데, 아니다. 역시 가장 귀한 책은 천지만물이다. 그보다 나은 책을 우리는 가질 수 없다.- 최성현 에세이집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 판미동, 2024, 9면
[문용주의 생활 명상 27]집에서 가까운 재래시장이 있다. 가끔 물건을 사러 간다. 시장 앞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서 등하교 시에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오간다. 좁은 도로에 차도 다니기에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오가면서 혹시나 해서 항상 신경을 쓰면서 다닌다. 반면 일이 있어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와 골목길을 지나 큰 도로로 나설 때 가끔 다니는 보행자와 마주치면 운전자의 입장에서 좁은 도로의 위험성을 다시 경험한다. 하나의 길에서 보행자로서, 운전자로서 위험성을 반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골목길은 보도가 없거나 좁아
[김정응의 독서 편지 45]지난 3월 26일 재범, 원섭, 정응, 이렇게 우리 세 사람이 만났지요. 세월이 더해 갈수록 귀한 만남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특히 그날은 더욱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친구 원섭이 최근에 겪었던 여러 속상한 일들을 다 쏟아내면서 조금이나마 웃음을 찾을 수 있었지요. 저 또한 믿었던 인생 선배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었고요. 이 모든 것이 재범 친구님의 바위같이 든든하고 느티나무처럼 넓은 포용력과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날의 특별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
[서원익의 야구 이야기 14]4월 6일 토요일 삼성과 KIA의 경기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왼손 기교파 투수 맞대결이었다. 삼성 이승민과 KIA 윤영철이다. 이승민은 빠른 공 평균 136㎞ 나오는 기교파 투수이다. 그날 경기 최고 구속이 겨우 140㎞, 141㎞ 찍힌다. 2년 차인 윤영철도 빠른 공 137㎞, 138㎞이다.두 투수 모두 다양한 변화구는 갖고 있지 않다. 역회전하는 투심, 싱커와 직구처럼 날아오다 가라앉는 포크볼, 스플리터는 없다. 140㎞가 안 나오는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그리고 간혹 포물선처럼 뚝 떨어지는 커브
[윤한철의 서해랑길 2]서해랑길 11코스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코스를 벗어나 세방낙조길로 방향을 틀었다. 부근에는 숙소와 식당이 없어 택시를 불려 진도 읍내로 갈 생각도 했는데, 이왕이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방낙조를 보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찾다 보니 식당 겸 펜션을 하는 다도해횟집이 있었다. 그곳에서 낙조를 감상하고, 다음날 암릉(巖陵)으로 유명한 동석산을 넘어 다시 서해랑길을 만나기로 계획을 바꿨다.낙조를 보기에는 한참 이른 시간에 숙소에 도착했다. 젊은 여사장에게 낙조 포인트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봄, 가을에는 펜션에서
[말말말]정영욱 (에세이스트)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는 고무줄과 같아서 끊어지지 않는 한 탄성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언제부터인가 이완된 사이가 다시 수축하기도 하고, 그러다 또 가까워졌을 때 축적한 힘을 받아 이완되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나에게 사랑의 성숙이란 ‘촘촘히’가 아닌 ‘틈틈이’이며, 사랑의 완성이란 그 순환을 이해하는 것이다.- 정영욱 에세이집 , 놀, 2024, '성숙한 사랑. 완벽한 사랑' 중에서
제11회 윤오영수필문학상 시상식이 4일 오후 서울 더리버사이드호텔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올해의 수상자는 중견 수필가 노정숙 씨. 윤오영 수필문학상 심사위원회(문학평론가 임헌영, 유성호)는 "우리 시대에 부재하는 어떤 보석 같은 사례들이 적극적으로 소환되고 구성되고 아름다운 문장을 얻어간다. 그 안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침묵과 의문과 애도와 질주의 시간 사이로 작가 노정숙의 사유와 언어는 적정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얻어간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윤오영수필문학상은 2014년 월간 『한국산문』이 수필가 윤오영
[문학뉴스=박수빈 기자] 발행부수 15만부 돌파, 일본 아마존 출간 즉시 분야 1위에 등극하며 베스트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인의 필독서이다.2022년 중앙치매센터의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유병률은 60세 이상이 7.3%이며 이 중 80세 이상이 26.73%, 85세 이상이 36.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치매 인구도 증가하는 상황. 더 이상 ‘치매 돌봄’의 문제를 ‘남의 이야기’로 돌릴 수는 없다.
[문용주의 생활 명상 26]집에서 나와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목련 나무를 만난다. 겨울부터 봄에 꽃을 피우기 위해 맺힌 봉오리를 봐왔다. 추위가 가고 따사한 봄볕이 비치니 봉오리가 점차 커지면서 드디어 희디흰 목련꽃을 활짝 피웠다. 꽃이 활짝 핀 모습에 ‘아! 봄은 봄이구나’ 감탄한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으면 꽃은 벌써 진다. 보도블록 위로 떨어진 하얀 꽃이 낙엽처럼 딩군다. 시간이 지나면 거뭇하게 변해 경비원이 빗자루로 쓴다. 그래도 떨어진 꽃잎이라 쓰레기통에 넣지 않고 화단 흙 위에 버린다. 거름이 되어 다른 꽃나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