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뉴스=남미리 기자] 호주를 배경으로 쓴 이마리 작가의 장편동화 『캥거루 소녀』(청개구리 펴냄, 1만 2000원)가 나왔다. 초등학교 중·고학년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창작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39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호주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삶과 호주라는 문화적 컨텍스트를 적절히 결합한 동화와 역사적 소재를 형상화한 청소년소설들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온 이 작가는 이번에 내놓은 『캥거루 소녀』에서 일본군 위안부라는 역사적 아픔을 함께 다루고 있어 자신의 문학 색채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평행우주론을 바탕으로 한 시공간의 이동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현재적 의미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어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온 한국인 소녀 순희가 목숨을 건 탈출 끝에 호주의 소녀보호소에 머물게 되고, 여기서 만난 미룬다와 서로 아픔을 다독이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호주 원주민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인 미룬다 역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따라 강제로 보호소에 끌려와 백인 가정의 가사도우미로 팔려 갈 처지에 있다는 점에서 순희와 다를 바 없는 처지다. 한마디로 순희와 미룬다는 역사적 상황은 다르지만 엇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도둑맞은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순희와 미룬다의 만남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 상황은 다르지만 엇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도둑맞은 아이’들인 것이다. 작가는 순희와 미룬다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호주에서 자행된 크리미(호주 원주민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정책과 결부시키면서 더욱 보편적 의미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역사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현재진행 중이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작가는 일본의 소녀상 건립 방해를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평행우주론을 도입해 두 소녀는 과거에서 현재로 순간 이동하며, 현재의 호주 시드니를 누비며 아직도 아물지 않은 잔혹한 시대의 상처를, 여성의 삶과 자유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두 소녀를 돕는 혼혈 소년 눌라의 우정과 모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삶과 생명, 그리고 자유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이마리 작가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영어소설과 동화를 번역해 왔다. 2013년 한우리문학상, 목포신인문학상, 부산가톨릭 문학상을 받으며 장편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2015 ARKO국제교류단문학인’에 선정돼 시드니대학에서 창작활동도 했다.

 

그림을 그린 이성희 작가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일에 매력을 느껴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 『동글이의 여행』 『혼자서 잘 수 있어요』 『구다이 코돌이』 『푸른 눈의 세상』 외 여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