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유명 예술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들

[문학뉴스=백성원 기자]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예술가 25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생동감 있게 담아낸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가 나왔다.

저자 조성준씨가 전작 <예술가의 일>에 이어서, 매경 프리미엄에 연재한 예술 에세이 ‘죽은 예술가의 사회’를 수정, 보완하여 묶은 두 번째 책이다.

이번 책에서는 화가, 작곡가, 지휘자 등 순수예술 분야는 물론 가수, 배우, 만화가, 영화감독 등 대중예술 분야에 이르는 예술가들의 삶과 대표 작품을 살펴본다.

이들은 근현대 문화사에 뚜렷한 궤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와 함께 호흡해온 예술가들이다.

간결하고 명쾌한 필치로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이면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낸 이 책은 예술가의 한 인간로서의 내면을 다룸으로써 그 생애와 업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더불어 당시 사회·정치적 맥락과 함께,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예술가들까지 유기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예술 문화의 흐름을 보다 총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게 한다.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는 장르별, 시기별이 아닌 예술가의 성격과 그가 다룬 작품의 주제에 따라 총 5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1부에서는 차별과 편견을 넘은 예술가들로, 반체제 인사로 몰려 추방당했던 건축가 김중업,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 돌턴 트럼보, 해방 직후의 환희와 혼돈을 그린 월북 화가 이쾌대 등을 다룬다.

2부는 ‘저항군’ 혹은 ‘테러리스트’라 불린 피아니스트 프리드리히 굴다와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로 영화 미학을 연출한 스탠리 큐브릭, 인간의 검은 욕망을 철저히 해부한 김기영 등 세상으로부터 괴짜 혹은 천재, 이단아 등으로 불린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대중은 화려하게 빛나는 스타를 동경하지만, 똑같은 이유로 스타를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3부에서는 할렘가 밑바닥 생활을 했던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를 비롯해 에이미 와인하우스, 주디 갈런드 등을 통해 예술가의 화려함 이면에 자리 한, 실수하고 상처받고 두려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한다.

4부와 5부에서는 오로지 예술을 위해 전력투구로 자신을 내던진 예술가의 길을 짚어본다. 배우 히스 레저와 로빈 윌리엄스, 르코르뷔지에와 엔니오 모리코네 등은 각박한 일상에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며 우리 시대의 ‘캡틴’으로 불리기도 하고, 기존의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면서 ‘거장’이라 칭해지기도 했다.

P. 40 번스타인은 연주자들의 친구였다. 그는 연습하기 전에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단원들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었다. “부모님은 잘 지내나요?” “아이는 잘 크고 있나요?” 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테크닉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연주자를 자신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부하로 여기지 않고, 파트너로 대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음악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연주자들이 제각각 답을 내릴 수 있도록 북돋웠다.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결과는 고스란히 근사한 공연으로 이어졌다.

‘리더의 품격, 레너드 번스타인’ 부분

P. 293 모리코네를 모르는 사람도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에 흐르는 음악을 들어보지 않았을 확률은 희박하다. 모리코네는 황야의 무미건조한 바람을 닮은 휘파람 소리로 영화를 가득 채웠다. 이 사운드는 서부영화의 상징이 됐다. 영화의 성공으로 레오네는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아 미국으로 갔다. 이스트우드는 정통 서부극 스타 존 웨인을 대체하며 거물 배우가 됐다. 모리코네는 로마를 떠날 필요가 없었다. 전 세계 영화감독이 모리코네와 일하러 이탈리아를 찾았다.

‘시네마 천국으로 떠난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중

<황야의 무법자>, <미션>, <시네마 천국>의 진짜 주인공은 무엇보다 ‘영화음악’이다. 그러나 이들 음악을 작곡한 엔니오 모리코네는 <헤이트풀8>로 88세에 뒤늦게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소위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 서부극)’에서 음악 인생을 출발했으며, 이탈리아에 살고 영어도 못하는 외국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밖에도 혜성처럼 나타나 전 세계를 사로잡았으나 서둘러 작별을 고한 히스 레저와 에이미 와인하우스, 갑작스럽게 스스로 생을 마감한 희극 배우의 대명사 로빈 윌리엄스 등 유명 예술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저자 조성준은 2014년부터 매일경제신문사 편집부에서 근무했다. 온라인 뉴스플랫폼 매경프리미엄에 칼럼 ‘죽은 예술가의 사회’를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 『예술가의 일』 『계속 그려나가는 마음』 등이 있다.